용산철거민살인진압규탄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부처의 작은 손가락』에서 표트르가 〈공허함〉을 두고 투덜거렸듯, 결국 모든 것은 그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의미장을 둘러싸고 무한히 많은 게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혼란에 빠지는 것뿐이다. 무한히 많은 것을 동시에 다룰 수 없는 우리 탓이다.
의미장은 어떤 것, 특정한 대상이 특정한 양식으로 나타나는 영역이다
존재 = 의미장에서 나타나는 현상

이 시야라는 영역에서 우리는 시각적 대상을 볼 뿐 결코 시야 자체를 보는 게 아니다. 세계를 두고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세계를 파악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가지는 것은 우리 앞에 있는 세계의 그림 혹은 복사본일 뿐이다. 세계 자체를 우리는 절대 파악할 수 없다.

영화 혹성탈출에 나온 설명
영화에서 이 시청자는 미래에서 온 원숭이들
모든 것을 그리는 화가라 할지라도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는 없다.
영화, 곧 우리의 세계는 무한하게 뒤얽혀 돌아간다.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큐브Cuve」
무한하게 많은 의미장이 존재하며, 이 의미장은 다시 무한히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얽혀 있다
이런 무한한 얽힘은 허공 한복판에서 일어난다. 즉, 그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

독일 소설가 장 파울
〈그는 언제나 책을 쓰고 싶었다. (…) 그는 본질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존재 자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책으로 증명하고 싶었다.〉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해도 의미장 안에서 나타날 수 없다. 세계의 현상은 불가능하다.

이 통찰은 우리에게 세계는 없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존재함이라는 게 무엇인지 우리가 이해한다면 매우 풍요로운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일러준다

세계 생각은 완벽히 텅 빈 생각이다.
완전하게 격리된 대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상은 반드시 의미장 안에서 나타나야만 한다. 그렇다면 의미장 역시 홀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미장 역시 나타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의미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식으로 의미장은 끊임없이 맞물려 나간다. 우리는 결코 마지막에 이를 수 없다

by 누운돌 | 2021/09/25 06:11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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