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06일
사생활 불감증 증세가 심한 한국은 실명 공화국?
>> 개인정보, 관공서가 유출/춘천
이런 기사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중국에 수백만 한국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가 나돌아다니고 있는 현실도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상하게 주민등록번호라는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기껏해봐야 '왜 가입할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정도에서 그칠 뿐이다. 이 마저도 일부에 지나지 않고 무관심이 절반이요, 존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절반에 가깝다.
주민등록번호의 기원을 찾으면 박정희 대통령의 철혈치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 신조 사건, 쉽게말해 북한의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한 사건이 일어난 후 간첩 색출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일일이 일련번호를 부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국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목줄로 사용 되었다.
당시로써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은 어쩔 수 없으면서도 효과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시대 적절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일부에선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국민통제수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난 이것이 가장 안타깝다. 어째서 일부에서 그치는 것일까.
오늘날에 이르러 주민등록번호는 간첩 색출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행정 편의주의에 찌든 정부기관의 수월한 업무처리를 위해 사용한다. 여기에 개인정보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겹쳐 저런 사건이 빵빵 터지곤 한다.
요지는 간단하다.
시대는 변했고, 주민번호 시스템은 마땅히 폐지 되어야 옳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에서 국민에게 일일이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목줄을 채우며 통제하는 독재국가식 제도는 말 그대로 구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번호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의외로 반대의견(존치)이 만만치가 않다.
주민등록번호의 존치를 외치는 사람들이 부르짖는 대표적인 주장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그럼 어떻게 범죄자 구속하느냐이고, 또 하나는 지겹게도 들먹이는 미국의 사회보장번호 시스템이다.
일 단 범죄자 구속은 논의할 필요 자체가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이 없는 외국은 범죄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유토피아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외국의 선진행정을 배우겠다는 구실로 자행되는 외유성 연수부터 뜯어 고치고, 그 노력과 비용으로 외국이 어떻게 범죄자를 구속하고 신원을 파악하는지 '진정한' 연수를 다녀오는 것도 간단한 방법 중 하나다. 맨날 국민의 혈세로 행정 배우러 간답시고 관광이나 쳐 일삼지 말고.
그리고 미국의 사회보장번호. 주민등록번호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을 반박하는 주민번호 존치론자들이 언제나 늘 지겹게도 드는 예시가 바로 이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다. 즉 '미국에도 이런 거 있다' 이거다.
우 선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예외없이 모든 실험용 쥐새끼들 목에 걸어놓는 일련번호같은 것이 아니다. 원하는 사람에 한하여 부여받는 시스템이고 무엇보다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개인의 세금, 연금, 신용 등을 위해 사용되는 효용성 있는 시스템이다. 주민등록번호처럼 좋으나 싫으나 그냥저냥 부여받는 거니까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번호가 결코 아니다. 자의냐 타의냐에서부터 이미 큰 차이가 있다. 개나소나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특별한 신분에 있는 사람들만이 그 정보를 조회하거나 요구한다.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분명 개인정보에 대한 식별자 구실을 하지만 법으로 공개를 금지하고 있으며, 법령이 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때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할 수 없다. 조그만 개인 사이트에 가입하려고 해도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한국과는 이처럼 인식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마인드의 차이도 언급하면, 주민번호 시스템을 찬성하는 절반의 국민은 물론이고 관심조차 없는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포함해 거의 모든 국민이 주민번호를 통한 사생활 유출에 거의 불감증 수준의 마인드를 갖고있다. '유출되면 싫지만 됐으면 어쩔 수 없지' 라는 식으로 욕 한번 내뱉고 뒤돌아 잊어 버린다. 그러나 개인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이 사회보장번호의 유출을 극도로 꺼리며 주의한다.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언뜻 주민번호와 유사한 시스템이 있지만 이것들은 일련번호를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이 아닌 신분증에 부여하는 것으로써, 다시말해 새 신분증을 발급할 때마다 새 번호가 주어진다. 한번 부여받으면 평생 영원한, 때문에 한번 유출되면 피해가 극심한 주민번호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주민등록번호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수월한 국민통제 내지는 행정 편의주의를 지향하는 독재국가식 폐단에 지나지 않는다. 진부한 말로 엄연한 인권침해다. 요새 범죄자의 인권까지 무리하게 지켜주다보니 이에대한 반감 때문에 인권에 대한 인식이 옆집 개가 먹다버린 뼈다귀 수준인데, 본질적으로 인권은 소중한 것이다. 일부를 전체로 확대 해석하여 본질까지 부정하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번호 존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무관심이다. 주민번호가 있든없든 별로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절반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무관심의 연장으로 아예 의구심조차 갖아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정말 너무나도 가볍다. 제법 시끄러운 사건도 몇번 터지면서 조금씩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오프라인 불문하고 뭔가 가입만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또 거리낌없이 내어주며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근처 작은 PC방에 회원으로 가입하려고 해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며 심지어 동네 책 대여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내가 티스토리를 선택한 것은 막강한 스펙도 큰 요인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티스토리는 초대장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져서 '티스토리 가입할 때 주민번호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초대장을 받고 가입화면으로 넘어가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티스토리 정도 되는 블로그에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을 리 없다는 판단으로 간단히 제쳐두고 구글의 블로그스팟이나 가입형 워드프레스같은 외국 블로그를 사용했다. 그러나 구글의 블로그스팟은 카테고리 기능조차도 없는 매우 빈약한 블로그였고, 워드프레스는 블로그스팟보다는 낫지만 역시 국내 블로그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블로그 자체에는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야후에서 가입해 한국 야후의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티스토리는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고 초대장을 받아 확인해보니 정말이네? 하며 시작하게 된 것이다.
티 스토리가 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 조금 의문이긴 하지만 정말 개인정보 존중 차원에서라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작은 개인 사이트부터 개나소나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시대에 티스토리같은 큰 사이트가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일은 분명 선도적인 의미에서 뜻 깊은 일이다.
티스토리를 시작한 후 블로그를 직접 제공해주는 사이트가 아닌 올블로그나 믹시같은 여러 메타 블로그 사이트들을 방문하면서 이들의 가입양식이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요구하는 것을 보고 매우 흡족했다.
얼 마 전, 옥션의 많은 회원들의 개인정보 데이터가 유출되어 큰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애써 낙관하면 새삼스레 걱정할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미 웹상에 돌아다니고 있는 개인정보가 한 포대인데, 여기에 고작 한 스푼 더 늘어났을 뿐이다. 이미 기존에 유출되어 있는 양에 비한다면 이번 수백만 고객들의 데이터도 고작 한 스푼에 불과하다.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옥션 사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하나같이 옥션 측의 안이한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을 문제 삼는다. 물론 옥션의 안이한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한 큰 문제점이다. 그러나 허술한 보안도 문제지만 더 나아가 이렇듯 유출되면 치명적인 주민등록번호라는 시스템 자체에 비판을 제기한 사람들은 내가 뒤져 본 범위에선 없다. 나도 한국인으로써 자기비하를 하긴 싫지만, 이쯤되면 한국 국민들의 '수준' 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쉽게말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국민의 한사람, 그것도 고작 새파란 청년에 불과한 내가 감히 국민들을 모독하며 지껄이기엔 너무 건방질 수 있는 발언이기에 일단 상당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 '수준'의 문제는 단기간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서운 경제 성장세를 이룩하고 있는 중국을 결코 선진국이라 부르지 않는 것은 선진국의 판단기준이 비단 경제수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비록 OECD국가에 가입할 정도의 경제규모가 있다 할지라도 한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것은 개인적으로 조금 회의적이다. (문턱에 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주민등록번호는 요새 인터넷의 대세로 떠오르는 실명제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덩달아 정당화되고 있다. 최신 인터넷 문화를 선도하는 일부 블로거들조차도 깨끗한 인터넷 환경을 만든다면서 실명화를 굳게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금 수준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겠다.
옳은 길이 거의 한 방향인 주민등록번호 문제와는 달리, 사실 실명제는 좀 더 팽팽한 찬반논쟁을 내포하고 있다. 분명 더러운 댓글/비방 문화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원칙적 우선순위를 따져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원칙적으로 실명제보다는 개인정보의 보호가 더 우선적이라는 것이다.
실명화의 방법은 간단하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땡이다. 그런데 나는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실명제에 반대한다라고도 연결될 수 있다. 이러나 주민번호 문제와는 달리 실명제 문제는 좀 더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잠시 뒤로 미루겠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는 대원칙은 자명하다. 실명인증은 사실,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 뒤에 붙어있는 일련번호와 같은 것을 꼬리표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언급했듯이 분명 실명제의 효과도 존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명제보다는 개인정보의 보호가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건 우선순위의 문제다.
게다가 사람들은 실명제를 너무 맹신하고 있다. 이미 유출될대로 유출되어버린 타인의 개인정보 도용은 이제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인의 이름과 주민번호만 알고 있으면 실명제를 통해 자신이 그 타인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차라리 실명제가 없으면 의심이라도 해보겠건만, 실명제라는 국가공인 인증아래 사칭의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게된다. 이로써 사칭은 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다. 물론 단순 악플/비방을 걸러내기 위해서만이라면 분명 실명제는 효과가 있다. 누가 단순 악플/비방을 하기위해 타인의 개인정보까지 도용할까.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러한 그림자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주민번호 말고 다른 수단을 통한 실명제(이것이 가능하다면)는 어떨까. 주민번호 폐지를 왜 부르짖느냐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면 언뜻 답은 이미 나와있는 듯도 하다. 실명제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인데, 주민번호가 아니더라도 무려 실명을 인증할 정도의 개인정보라면 주민번호와 같은 맥락에서 마찬가지로 반대에 부딪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부여받으면 죽을 때까지 영원한, 모든 국민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인증과, 언제든 바꿀 수 있고 필수부여가 아닌 시스템을 통한 실명인증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실명제는 너무나도 난잡한 국내 웹 환경을 정화하는게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이라는 인터넷의 큰 매력을 헤치는 '난잡한 실명제'에는 난 분명한 반대입장이다.
확 실히 어느 정도의 실명제는 필요할 수도 있음은 인정하나 다시말해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내가 반대하는 '난잡한 실명제'란 바로 이 정도의 차이를 문제삼는 것이다. 특히 선거철 정치관련 포스트에는 지나칠 정도로 자물통을 채워 놓는다. 이런 지나친 단속은 실명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이상, 개인의 의견이라면 분명 존중되어야 하거늘 실명제라는 검으로 사정없이 베어 버린다.
인터넷 실명제가 존재하지 않는 외국이라고 인터넷 비방이나 험담/악플이 없을리 만무하나, 굳이 실명제를 실시해야겠다면 정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정부는 (간단히 말해)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는 필수적으로 실명제를 실시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다.
때 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서버를 옮긴다 어쩐다 말이 많았던 디씨 인사이드가 결국 무릎을 꿇고 실명제의 족쇄를 받아 들였다. 당시 김유식 디씨대표가 '정부 정책이라 어쩔 수 없어요 ㅜ.ㅜ' 라고 양해를 구하던 것이 생각난다. 내가 반대하는 난잡한 실명제를 바로 여기서 볼 수 있다. 예를들어 뉴스댓글의 경우, 실명제를 실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디씨의 실명제는 말 그대로 정도의 지나침, 넌센스, 오버액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티스토리도 이번 4월 초부터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실시한다. 다행히 '제한적'이라는 머릿말이 붙었기 때문인지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블로그 운영에는 별 무리가 없다. 다만 티스토리 메인에 자신의 포스트가 소개될 수 없다고 한다. 조선시대 익명서처럼 인증되지 않은 자의 의견은 무시해 버리겠다는 것인가.
이 공지의 제목을 본 순간 나는 티스토리마저?! 하며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내용을 읽어보니 다행히 필수는 아니었다만 나날이 성장해가는 티스토리가 언제 디씨 꼴이 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티스토리의 제한적 실명제 공지에 달린 리플을 보면 다시금 수준 얘기를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반응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그 중에는 얼른 해야지~같은 리플이나 제한적 실명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을 반격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주민번호 시스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저 절망적인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위에서 언급한 티스토리와 메타 블로그 사이트들의 혁신적인 가입양식 변화와 더불어, 블로그와 함께 인터넷 상의 자신만의 보금자리 형성수단을 양분하고 있는 개인 웹사이트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툴인 제로보드의 변화도 좋은 징조이다. 나는 오랫동안 웹사이트를 운영하다가 막 블로그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 오히려 블로그 쪽 동향을 자세히 모르는데, 제로보드는 블로그계의 태터툴즈라고 하면(그 이상이다) 그 영향력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제로보드XE의 회원가입 양식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사라졌다. 제로님이 무슨 의도로 주민번호 양식을 빼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주민번호 양식이 없어져서 중복가입 문제가 발생한다며 칭얼대는 회원들도 있다. 본인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한 사람 중 한명이다. 그러나 엄연히 중복가입문제는 다른 수단을 강구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결코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주민번호의 폐지를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아직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공비나 간첩의 위협을 100%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서서히 없애나가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기술이 발달한 요즘 세상에 주민등록번호가 공비나 간첩식별에 도움은 될까하는 의문이 매우 강하게 남지만...
고로 없애면 좋고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서서히 없애가는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한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키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아니, 키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키의 필요성을 모른다.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이룩해야 할 과제는 우선 주민번호 시스템이 반 민주적이고 폐지되어야 하는 제도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다. 일단 인식을 해야 다음을 진행할 수 있다. 인식조차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국민이 문제삼지 않으면 국가는 이처럼이나 행정에 편리한 제도를 결코 없애려 들지 않을 것이다.
IT강국을 표방하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확실히 격동적이고 늘 발전하고 있다.(정말 IT강국이냐는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그 발전이 오직 기술적인 부분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경제력만 커질 뿐 국민들의 수준이나 삶의 질이 열악한 중국을 보는 것 같다.
웹 2.0이니 팀블로그니 하는 기술/제도적 진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에 걸맞는 의식적인 진보 역시 병행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기사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중국에 수백만 한국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가 나돌아다니고 있는 현실도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상하게 주민등록번호라는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기껏해봐야 '왜 가입할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정도에서 그칠 뿐이다. 이 마저도 일부에 지나지 않고 무관심이 절반이요, 존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절반에 가깝다.
주민등록번호의 기원을 찾으면 박정희 대통령의 철혈치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 신조 사건, 쉽게말해 북한의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한 사건이 일어난 후 간첩 색출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일일이 일련번호를 부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국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목줄로 사용 되었다.
당시로써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은 어쩔 수 없으면서도 효과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시대 적절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일부에선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국민통제수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난 이것이 가장 안타깝다. 어째서 일부에서 그치는 것일까.
오늘날에 이르러 주민등록번호는 간첩 색출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행정 편의주의에 찌든 정부기관의 수월한 업무처리를 위해 사용한다. 여기에 개인정보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겹쳐 저런 사건이 빵빵 터지곤 한다.
요지는 간단하다.
시대는 변했고, 주민번호 시스템은 마땅히 폐지 되어야 옳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에서 국민에게 일일이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목줄을 채우며 통제하는 독재국가식 제도는 말 그대로 구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번호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의외로 반대의견(존치)이 만만치가 않다.
주민등록번호의 존치를 외치는 사람들이 부르짖는 대표적인 주장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그럼 어떻게 범죄자 구속하느냐이고, 또 하나는 지겹게도 들먹이는 미국의 사회보장번호 시스템이다.
일 단 범죄자 구속은 논의할 필요 자체가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이 없는 외국은 범죄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유토피아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외국의 선진행정을 배우겠다는 구실로 자행되는 외유성 연수부터 뜯어 고치고, 그 노력과 비용으로 외국이 어떻게 범죄자를 구속하고 신원을 파악하는지 '진정한' 연수를 다녀오는 것도 간단한 방법 중 하나다. 맨날 국민의 혈세로 행정 배우러 간답시고 관광이나 쳐 일삼지 말고.
그리고 미국의 사회보장번호. 주민등록번호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을 반박하는 주민번호 존치론자들이 언제나 늘 지겹게도 드는 예시가 바로 이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다. 즉 '미국에도 이런 거 있다' 이거다.
우 선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예외없이 모든 실험용 쥐새끼들 목에 걸어놓는 일련번호같은 것이 아니다. 원하는 사람에 한하여 부여받는 시스템이고 무엇보다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개인의 세금, 연금, 신용 등을 위해 사용되는 효용성 있는 시스템이다. 주민등록번호처럼 좋으나 싫으나 그냥저냥 부여받는 거니까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번호가 결코 아니다. 자의냐 타의냐에서부터 이미 큰 차이가 있다. 개나소나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특별한 신분에 있는 사람들만이 그 정보를 조회하거나 요구한다.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분명 개인정보에 대한 식별자 구실을 하지만 법으로 공개를 금지하고 있으며, 법령이 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때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할 수 없다. 조그만 개인 사이트에 가입하려고 해도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한국과는 이처럼 인식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마인드의 차이도 언급하면, 주민번호 시스템을 찬성하는 절반의 국민은 물론이고 관심조차 없는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포함해 거의 모든 국민이 주민번호를 통한 사생활 유출에 거의 불감증 수준의 마인드를 갖고있다. '유출되면 싫지만 됐으면 어쩔 수 없지' 라는 식으로 욕 한번 내뱉고 뒤돌아 잊어 버린다. 그러나 개인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이 사회보장번호의 유출을 극도로 꺼리며 주의한다.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언뜻 주민번호와 유사한 시스템이 있지만 이것들은 일련번호를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이 아닌 신분증에 부여하는 것으로써, 다시말해 새 신분증을 발급할 때마다 새 번호가 주어진다. 한번 부여받으면 평생 영원한, 때문에 한번 유출되면 피해가 극심한 주민번호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주민등록번호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수월한 국민통제 내지는 행정 편의주의를 지향하는 독재국가식 폐단에 지나지 않는다. 진부한 말로 엄연한 인권침해다. 요새 범죄자의 인권까지 무리하게 지켜주다보니 이에대한 반감 때문에 인권에 대한 인식이 옆집 개가 먹다버린 뼈다귀 수준인데, 본질적으로 인권은 소중한 것이다. 일부를 전체로 확대 해석하여 본질까지 부정하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번호 존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무관심이다. 주민번호가 있든없든 별로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절반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무관심의 연장으로 아예 의구심조차 갖아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정말 너무나도 가볍다. 제법 시끄러운 사건도 몇번 터지면서 조금씩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오프라인 불문하고 뭔가 가입만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또 거리낌없이 내어주며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근처 작은 PC방에 회원으로 가입하려고 해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며 심지어 동네 책 대여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내가 티스토리를 선택한 것은 막강한 스펙도 큰 요인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티스토리는 초대장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져서 '티스토리 가입할 때 주민번호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초대장을 받고 가입화면으로 넘어가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티스토리 정도 되는 블로그에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을 리 없다는 판단으로 간단히 제쳐두고 구글의 블로그스팟이나 가입형 워드프레스같은 외국 블로그를 사용했다. 그러나 구글의 블로그스팟은 카테고리 기능조차도 없는 매우 빈약한 블로그였고, 워드프레스는 블로그스팟보다는 낫지만 역시 국내 블로그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블로그 자체에는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야후에서 가입해 한국 야후의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티스토리는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고 초대장을 받아 확인해보니 정말이네? 하며 시작하게 된 것이다.
티 스토리가 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 조금 의문이긴 하지만 정말 개인정보 존중 차원에서라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작은 개인 사이트부터 개나소나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시대에 티스토리같은 큰 사이트가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일은 분명 선도적인 의미에서 뜻 깊은 일이다.
티스토리를 시작한 후 블로그를 직접 제공해주는 사이트가 아닌 올블로그나 믹시같은 여러 메타 블로그 사이트들을 방문하면서 이들의 가입양식이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요구하는 것을 보고 매우 흡족했다.
얼 마 전, 옥션의 많은 회원들의 개인정보 데이터가 유출되어 큰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애써 낙관하면 새삼스레 걱정할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미 웹상에 돌아다니고 있는 개인정보가 한 포대인데, 여기에 고작 한 스푼 더 늘어났을 뿐이다. 이미 기존에 유출되어 있는 양에 비한다면 이번 수백만 고객들의 데이터도 고작 한 스푼에 불과하다.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옥션 사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하나같이 옥션 측의 안이한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을 문제 삼는다. 물론 옥션의 안이한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한 큰 문제점이다. 그러나 허술한 보안도 문제지만 더 나아가 이렇듯 유출되면 치명적인 주민등록번호라는 시스템 자체에 비판을 제기한 사람들은 내가 뒤져 본 범위에선 없다. 나도 한국인으로써 자기비하를 하긴 싫지만, 이쯤되면 한국 국민들의 '수준' 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쉽게말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국민의 한사람, 그것도 고작 새파란 청년에 불과한 내가 감히 국민들을 모독하며 지껄이기엔 너무 건방질 수 있는 발언이기에 일단 상당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 '수준'의 문제는 단기간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서운 경제 성장세를 이룩하고 있는 중국을 결코 선진국이라 부르지 않는 것은 선진국의 판단기준이 비단 경제수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비록 OECD국가에 가입할 정도의 경제규모가 있다 할지라도 한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것은 개인적으로 조금 회의적이다. (문턱에 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주민등록번호는 요새 인터넷의 대세로 떠오르는 실명제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덩달아 정당화되고 있다. 최신 인터넷 문화를 선도하는 일부 블로거들조차도 깨끗한 인터넷 환경을 만든다면서 실명화를 굳게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금 수준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겠다.
옳은 길이 거의 한 방향인 주민등록번호 문제와는 달리, 사실 실명제는 좀 더 팽팽한 찬반논쟁을 내포하고 있다. 분명 더러운 댓글/비방 문화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원칙적 우선순위를 따져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원칙적으로 실명제보다는 개인정보의 보호가 더 우선적이라는 것이다.
실명화의 방법은 간단하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땡이다. 그런데 나는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실명제에 반대한다라고도 연결될 수 있다. 이러나 주민번호 문제와는 달리 실명제 문제는 좀 더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잠시 뒤로 미루겠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는 대원칙은 자명하다. 실명인증은 사실,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 뒤에 붙어있는 일련번호와 같은 것을 꼬리표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언급했듯이 분명 실명제의 효과도 존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명제보다는 개인정보의 보호가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건 우선순위의 문제다.
게다가 사람들은 실명제를 너무 맹신하고 있다. 이미 유출될대로 유출되어버린 타인의 개인정보 도용은 이제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인의 이름과 주민번호만 알고 있으면 실명제를 통해 자신이 그 타인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차라리 실명제가 없으면 의심이라도 해보겠건만, 실명제라는 국가공인 인증아래 사칭의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게된다. 이로써 사칭은 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다. 물론 단순 악플/비방을 걸러내기 위해서만이라면 분명 실명제는 효과가 있다. 누가 단순 악플/비방을 하기위해 타인의 개인정보까지 도용할까.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러한 그림자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주민번호 말고 다른 수단을 통한 실명제(이것이 가능하다면)는 어떨까. 주민번호 폐지를 왜 부르짖느냐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면 언뜻 답은 이미 나와있는 듯도 하다. 실명제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인데, 주민번호가 아니더라도 무려 실명을 인증할 정도의 개인정보라면 주민번호와 같은 맥락에서 마찬가지로 반대에 부딪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부여받으면 죽을 때까지 영원한, 모든 국민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인증과, 언제든 바꿀 수 있고 필수부여가 아닌 시스템을 통한 실명인증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실명제는 너무나도 난잡한 국내 웹 환경을 정화하는게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이라는 인터넷의 큰 매력을 헤치는 '난잡한 실명제'에는 난 분명한 반대입장이다.
확 실히 어느 정도의 실명제는 필요할 수도 있음은 인정하나 다시말해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내가 반대하는 '난잡한 실명제'란 바로 이 정도의 차이를 문제삼는 것이다. 특히 선거철 정치관련 포스트에는 지나칠 정도로 자물통을 채워 놓는다. 이런 지나친 단속은 실명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이상, 개인의 의견이라면 분명 존중되어야 하거늘 실명제라는 검으로 사정없이 베어 버린다.
인터넷 실명제가 존재하지 않는 외국이라고 인터넷 비방이나 험담/악플이 없을리 만무하나, 굳이 실명제를 실시해야겠다면 정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정부는 (간단히 말해)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는 필수적으로 실명제를 실시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다.
때 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서버를 옮긴다 어쩐다 말이 많았던 디씨 인사이드가 결국 무릎을 꿇고 실명제의 족쇄를 받아 들였다. 당시 김유식 디씨대표가 '정부 정책이라 어쩔 수 없어요 ㅜ.ㅜ' 라고 양해를 구하던 것이 생각난다. 내가 반대하는 난잡한 실명제를 바로 여기서 볼 수 있다. 예를들어 뉴스댓글의 경우, 실명제를 실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디씨의 실명제는 말 그대로 정도의 지나침, 넌센스, 오버액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티스토리도 이번 4월 초부터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실시한다. 다행히 '제한적'이라는 머릿말이 붙었기 때문인지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블로그 운영에는 별 무리가 없다. 다만 티스토리 메인에 자신의 포스트가 소개될 수 없다고 한다. 조선시대 익명서처럼 인증되지 않은 자의 의견은 무시해 버리겠다는 것인가.
이 공지의 제목을 본 순간 나는 티스토리마저?! 하며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내용을 읽어보니 다행히 필수는 아니었다만 나날이 성장해가는 티스토리가 언제 디씨 꼴이 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티스토리의 제한적 실명제 공지에 달린 리플을 보면 다시금 수준 얘기를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반응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그 중에는 얼른 해야지~같은 리플이나 제한적 실명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을 반격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주민번호 시스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저 절망적인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위에서 언급한 티스토리와 메타 블로그 사이트들의 혁신적인 가입양식 변화와 더불어, 블로그와 함께 인터넷 상의 자신만의 보금자리 형성수단을 양분하고 있는 개인 웹사이트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툴인 제로보드의 변화도 좋은 징조이다. 나는 오랫동안 웹사이트를 운영하다가 막 블로그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 오히려 블로그 쪽 동향을 자세히 모르는데, 제로보드는 블로그계의 태터툴즈라고 하면(그 이상이다) 그 영향력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제로보드XE의 회원가입 양식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사라졌다. 제로님이 무슨 의도로 주민번호 양식을 빼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주민번호 양식이 없어져서 중복가입 문제가 발생한다며 칭얼대는 회원들도 있다. 본인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한 사람 중 한명이다. 그러나 엄연히 중복가입문제는 다른 수단을 강구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결코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주민번호의 폐지를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아직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공비나 간첩의 위협을 100%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닌만큼 서서히 없애나가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기술이 발달한 요즘 세상에 주민등록번호가 공비나 간첩식별에 도움은 될까하는 의문이 매우 강하게 남지만...
고로 없애면 좋고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서서히 없애가는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한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키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아니, 키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키의 필요성을 모른다.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이룩해야 할 과제는 우선 주민번호 시스템이 반 민주적이고 폐지되어야 하는 제도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다. 일단 인식을 해야 다음을 진행할 수 있다. 인식조차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국민이 문제삼지 않으면 국가는 이처럼이나 행정에 편리한 제도를 결코 없애려 들지 않을 것이다.
IT강국을 표방하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확실히 격동적이고 늘 발전하고 있다.(정말 IT강국이냐는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그 발전이 오직 기술적인 부분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경제력만 커질 뿐 국민들의 수준이나 삶의 질이 열악한 중국을 보는 것 같다.
웹 2.0이니 팀블로그니 하는 기술/제도적 진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에 걸맞는 의식적인 진보 역시 병행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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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4/06 05:1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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