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거민살인진압규탄

정태인 기고 <인솜니아> 경향신문

경향신문
인솜니아(insomnia·불면증). 꽤 어려운 이 낱말을 한국 젊은이는 대부분 알 것이다. 가수 휘성 덕이다. 거의 완벽한 음치인 내가 감히 노래를 들먹인 것은 오로지 이 불면증이 지난 4년 동안 간헐적으로 날 괴롭혀 온 우울증 증상이기 때문이다. 휘성 불면증은 가사 애절함을 경쾌하게 눙치고 있지만 실상 불면증은 하루 내내 눈꺼풀과 뇌를 무겁게 짓누른다.


폭력에 풀죽은 사회에 불면증
원인이 확실하지는 않은데 거창한 사회 근심 때문은 아닌 듯하다. 두세 시간을 가면(假眠) 상태로 뒤척이다가 새벽 5시 아침신문을 보다가 잠깐 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 증거다. 온통 화를 북돋는 기사로 가득 차 있는 신문을 보면서 어찌 잠을 이룰까.

치료법은 훨씬 더 확실한데 무엇보다도 운동이다. 맨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처방은 “술을 끊어라. 등산을 다니라.가능하면 종교를 가지라”는 것이었고 매주 한 번 등산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은 한결 나아졌다. 나에게 사회 근심은 오히려 치료쪽에서 힘을 발휘했다. 2006년부터 연 200회 이상 다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금융위기 강연, 그리고지난해 촛불시위와 칼라티비 방송은 전쟁터 병사가 불면증에 시달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내 불면증이 요즘 심해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짓마다 화를 불러 일으켜서라기 보다, 이를 넘어서야 할 우리가 풀죽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아동학대’라는 희한한 이유로 주부들을 압박해도, 자기 생존을 지키려다 사람이 불타 죽어도, ‘업무방해’라는 이유로 검찰이 노종면 YTN 위원장을 구속해도, 심지어 수첩 말 실수 하나를 빌미로 MBC 이춘근 PD를 연행해도, 4대강을 정비하고 도로를 깔겠다며 한반도 남쪽을 삽질소리로 가득채우겠다는데도, 사법부가 지난해 촛불시민 전경버스 투어 비용으로 몇백만원을 때려도,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용했다고 교사들을 파면해도, 더욱이 의료를 민영화하고 약값을 올려 우리 아이들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왜 우리는 침묵하는 것일까? 꽤 나이가 든 이들이라면 머잖은 과거에 우리가 침묵해야 했던 쓰라린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때도 기성 세대들은 “살기 바빠서”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벌이는 처절한 투쟁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민주주의는 공공재이며 이들 희생은 전체 이익이 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내 자식이 아닌 다른 아이들이 싸우기를 바랐다. 바로 ‘집단행동 원리’가 군홧발과 함께 사회를 억누르고 있었다.

다시 밤을 새워 ‘촛불’ 밝혀야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흉내를 낸다 하더라도 박정희 폭력에 미치지는 못한다. 지금은 나와 내 식구만 잘하면 어떻게든 수렁에서빠져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더 큰 문제이다. 이미 헛된 꿈으로 판명난 뉴타운과 특목고 욕망을 되살리려고 이 정부는 온갖 술수를 다 쓰고 있다. 우리 사회는 조만간 거품 붕괴와 더불어 전멸하게 되어 있다. 당신이 하위 95%에 속해 있다면 목숨을 위협할 정도에 이를 것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옆에 있는 내 이웃을 믿고 다시 광장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날 길을 토론해야 한다.

바늘 같은 걱정을/베고서/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꿈보다 더 생생한/네 생각/때문에 끝내 밤을 새워/

휘성 노랫말대로 촛불 기억을 되살려 또 다시 밤을 새우자. 이 지겨운 불면증도, 그리고 우리가 맞고 있는 사회경제 위기도 그 때서야 비로소 날아가 버릴 것이다.

<정태인|경제평론가>
 
 
 
 

by 누운돌 | 2009/03/31 23:07 | 트랙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nundol.egloos.com/tb/93945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On The Picke.. at 2009/04/01 08:25

제목 : Chumbawamba의 Amnesia
정태인 기고 &lt;인솜니아&gt; 경향신문불면증보다는 기억상실에 시달리는 게 아닌가? Chumbawamba의 Amnesia 뮤비는 홈페이지에서 삭제 된 후로 오랜만에 본 것이라 반갑다.[노래영상(music video) 해석] 공연시작 - 선거 때의 화려한 정치쇼 쥐새끼, 사과 속의 벌레 - 부패한 정치인 멍하게 무대를 쳐다보는 상인과 녹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 - 바보처럼 비판의식 없이 정치를 바라보는 유권자 그리고 화려한 선거공약들이 한바탕......more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