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거민살인진압규탄

대학생을 끌고간 곳은 경찰서가 아닌 대공분실

다음 아고라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입니다. 어느 정도 낯간지럼과 부끄러움을 가지고 이 글을 적어봅니다. 제 남자 친구는 건국대 정치대학 학생회장입니다. 9박 10일 동안 농활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남자 친구와 여느 연인처럼 일요일 주말 청계천에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7월 5일 오후 6시 10분 복잡한 종로일대 거리를 건너려고 지하상가로 내려가던 중, 장정 네다섯 명이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제 남자 친구를 둘러싸고 덥석 체포영장을 보이며 ‘반항하면 수갑을 채우겠다’, ‘순순히 가자’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제 눈 앞에서 남자 친구를 연행해 갔습니다. 어디로 연행되는지 모른 채 저녁 나절 내내 헤매다가 알아 낸 장소는 경찰서가 아닌 대공분실이었습니다.

여러분, 대공분실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대공분실은 과거 독재정권에서 민주투사들을 잡아서 취조하고 수사했던 곳입니다. 교묘한 질문으로 없는 죄도 있게 만드는 그곳. 70~80년대에 온갖 惡고문을 자행하여 열사들을 숨지게 했던 그 곳. 2009년 7월 현재, 현직 대학생 대표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그 곳에 끌려갔습니다. 독재정권을 청산하고 21세기로 넘어와서 우리 국민이 근 10년간 일궈낸 민주주의 텃밭에서 MB정권은 70, 80년대식 공안부활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제 남자 친구 죄목은 ‘집시법 위반’이었습니다. 지난해 촛불집회에는 900만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전 국민 집회에 참여한 것뿐인 그저 평범한 대학생인 제 남자친구를 왜 잡아간 것일까요?

저는 분개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분개합니다. 대한민국 대학생으로서 분개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인 ‘집회·결사 자유’를 당당히 무시하고 감히 집회를 ‘허가’하겠다고 하는 나라.
소환장 하나 발급하지 않고, 데이트 하는 학생을 미행하여 사복경찰들이 백주대낮에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가는 나라.
사회 밑거름이자 기반이 될 대학생이 비싼 등록금을 버느라 대학(大學)의 참과 정치 무관심을 조장하는 나라.

9 박 10일 동안 농촌 연대 활동으로 지쳐 쉴 법도 한데, 오랜만에 만난 남자 친구는 시커멓게 탄 팔뚝을 보이며 ‘씨익- 내 천연 팔토시야’라고 하며, 배 한 톨을 만드는 데에 드는 큰 농민 마음을 읽고 왔다는 말로 농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사전에도 안 나오는 대공분실이라는 그 낯설고 살벌한 곳에서 혼자 떨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너무 아립니다. 그날, 저는 기습하듯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가던 제 남자 친구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여러분, 이것은 21세기 바로, 지금, 이 시점 우리 생활 속에 일어나고 있는 MB정권 모난 양상입니다! 속수무책으로 내 눈 앞에서 내가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무시무시한 곳에 끌려갔습니다. 건국대를 기점으로 무작위 대학교 내 옆사람, 내 친구, 내 선후배가 그 무시무시한 곳에 잡혀가도 무관심하겠습니까. 영화에서나 보던 체포현장을 직접 목격하시겠습니까. 대학(大學)에서 숨 쉬는 학생답게 올곧은 시각으로 대한민국 시국을 날카롭게 바라보아야합니다.

정치대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국대학교. 그곳에서 정치학을 배우는 학도로서 끝없는 MB정권 만행을 저 또한 끝까지 규탄하겠습니다. 무고하게 대공분실에 갇혀있는 그 분을 위해서 끝까지 대응하겠습니다.

부당한 연행에 함께 분노해주십시오. 정의로운 대학생들에게 공안탄압을 자행하는 정부를 함께 비판해주십시오. 자유 민주주의 터울 안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곁에서 강제로 끌려가는 일이 일어날 수조차 없도록 했으면 합니다.

by 누운돌 | 2009/07/07 20:4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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